(2007. 4. 1. 한-미 FTA타결이 임박했던 날.)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청으로 통하는 대로를 전경들이 막고 있다.
손짓을 하며 옆 골목으로 돌아서 가라고 말해준다.

조용히 그 말을 따르며 중얼거렸다. 난 시위대에 끼러 가는데.

그러니까 오늘은 일민미술관 다큐멘터리 상영회 마지막 날. 마지막 상영작, <파산의 기술>을 본 때문인 것이다.

<파산의 기술>의 오프닝은 충격이다. 지하철CCTV를 보여주는데
지하철이 올 때마다 멈칫멈칫 하고 있던 남자는 결국 선로로 뛰어내려버린다. 그리고 화면은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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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는 구조조정 이후 사회가 낳아버린 파산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다룬다. 허나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는다.

조세희의 <시간여행>과 <난쏘공>에 나오는 구문을 인용하고,
때로는 한 벽에 붙여진 여러 '찌라시'들을 응시하면서- 60분의 시간을 몰입하게 만든다.

감독은 나레이션으로 다분히 선동하지만
그 선동은 비틀리지 않은 종류여서 용인할 수 있다. 아니, 편들어 줄 수 있다. 충분히.

감독의 낮은 목소리와 달리 카메라는 매섭다.
살기 위해 노래방도우미로 나갔다는 여성의 인터뷰와, '세계경제포럼'의 주요인사들이 와인잔을 부딪히는 장면을 교차편집한다.
이 정도는 상투적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다큐는 386들이 옛날을 회상하며 시청광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씬과
그 시청광장에서 현재의 크레인노조가 죽창을 드는 씬을 겹쳐 놓는 것이다. 섬뜩할 정도의 성찰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카메라는 집행자와 부역자의 동업으로 희생자가 자기 탓을 하는 현실을 바라본다.
"내 탓이어요. 내 죄값을 치러야죠"라는 파산자와
"마음먹기 나름이에요. 행복하다고 생각해요"라는 비정규직을.
그리고 희생자들끼리 서로 뜯어먹는, 지금 이곳을.
다큐가 끝나자 큰 돌이 내 안에 얹혀진 것 같이 불편했다.

결국 도착한 '그' 시청광장. 한미 FTA 타결이 임박한 밤이었다.
로이터통신 이재원 선배님을 뵈었다. 오랜만이었다.
현장에 항상 계시는 선배님을 오랜만에 뵌다는 것은 곧 내가 현장을 기피했다는 뜻이다. 부끄러웠다.

광장을 빠져나온 시위대는 남대문로로 우회해 종각으로 들어선 후 종로3가까지 뛰었다. 숨이 가빴다.
낙원동에서 꺾어 낙원상가를 지난후 안국동으로 진입했다.
청와대가 있는 효자동으로 멀리 돌아가려는 모양이었는데 이미 그곳에는 전경들이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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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시위대는 미대사관으로 가려하다 막혔고, 다시 효자동으로 건너가려 했으나 경비는 철통같았다.
전경버스 여러대가 도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버스가 틈을 보인 구석에서 시위대들은 전경과 대치했다.
대치하다 끌려나온 전경들은 뒤쪽으로 보내졌는데,
낙오하여 울상을 짓는 전경들은 시위대들이 반대하는 쪽과 사소한 관련도 없어보였다.
우리들끼리 치고받는중에 그들의 협상은 진행되고 있었다.

국가이미지와 신인도같은 것을 들먹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멕시코에 1년을 살다 온 성미는, 멕시코에서는
'죠낸 잘사는' 부자동네와 '찢어지게 못사는' 빈민가가 확연히 구별돼있다며, FTA가 체결되면 혀깨물고 싶다고 말했었다.
찬성자들조차 인정하는 것이 양극화일텐데, 그들은 경쟁의 문턱을 '죠낸' 높여놓고
그 문턱에 닿지 않을 많은 사람들을 낙오자라 호칭할테다. 당신의 노력부족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구조조정 이전에는 실력있던 사람들이, 구조조정 이후 갑자기 실력이 떨어지고 노력하지 않아서
파산자와 빈민으로, 그렇게 많이 전락했던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잔일 테지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감수성이 작동되는 사회라면 이렇게 심한 강도로 우리를 종속시키지는 않을 것을.
내가 가뿐히 넘는 얕은 턱이 장애인에겐 큰 난관이다.
그들은 '안정된 생활'의 문턱을 몇 배는 더 올려놓아, 결국 많은 사람들을 '사회적 장애자'로 만들게 하려나.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막판 담판'이 진행중이란다. 한미 FTA협상은 아마도 체결될 듯하다.
지금 계속 보는 뉴스특보에 나오는 점잖은 교수들은 협상의 정당성과, 체결되지 않았을 때의 국가 신인도 하락을
엄중히 우려하며 안경을 고쳐 올린다.


꼭, 누구 말대로
백치 같은 사회 속에서 침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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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인디스페이스 블로거 친구들(Indiespace Blog Friends) 모집 : 독립영화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Tracked from INDIE SPACE 2008/03/31 14:26  Delete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좌충우돌! 블로그, 영화와 놀자와 함께 독립영화의 친구가 되어줄 블로거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7년 11월 8일, 독립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전용상영관 인디스페이스가 개관하였습니다. 인디스페이스는 개관 이후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을 비롯한 한국의 (초)저예산독립장편영화들을 꾸준히 개봉해 왔고, "아시아영화펀드 쇼케이스" 등의 기획전을 통해 아시아의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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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31 06:2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질투는나의힘 2008/04/01 16:23 Address Modify/Delete

      어마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____^
      자주자주 놀러오세용!! 전 5년이 넘게 놀러갔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