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거짓말, 사랑스런 '사기'를 생각합니다.
쇼쇼쇼/깜깜한 극장, 가장 큰 빛 2008/04/01 14:37 |학교에 도착해 강의실로 향하는 아침.
교복을 입은 몇몇 여학생들이 보이네요. 왠 고등학생들이 휴일도 아닌 오늘, 대학교를?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아하, 오늘은 만우절이지. '교복입기'는 많은 대학생들이 만우절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죠.
인터넷 상에서는 기사체를 이용하여 '박찬호 국내 복귀 전격 결정' 같은 장난들이 퍼지고 있군요.
다들 만우절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거여요.
어쩌면 오늘 누군가는 나에게 어떤 거짓말을 할까, 킥킥거리며 궁리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저는 문득 예술적 거짓말, 사랑스런 '사기'를 생각했어요.
일찍이 피카소가, 그리고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가 이렇게 일갈했잖아요. "예술은 사기다!"라고요.
그저 장난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에 아름답게 남을 수 있는 사기를 친다면- 그것이 곧 예술인 것을.
그런 거짓말들은 때로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동화로 바꿔버리기도 하는걸요.
그래서 이제 여기 적어봅니다. 제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예술적 거짓말'들을요.
1. 연극 <환상동화>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며 다투는 광대들은,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는 이야기를 하기로 합의해요.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2차 대전 중 청각을 잃은 피아니스트와 폭격으로 시력을 잃은 무용수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소리를 잃어버린 음악가와 눈을 잃어버린 무용수가 사랑이라니,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요.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음악가 한스는 폭음으로 인해 청력을 잃어버립니다. 고통 속에서 도망친 끝에 그가 도착한 어느 카페에서는, 역시 전쟁 때문에 시력을 잃은 무용수 마리가 친오빠의 생사를 걱정하고 있네요.
그런데 한스, 그녀가 애타게 기다리는 친오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었던 둘은 전쟁 중 조우했는데, 폭탄이 마리의 오빠에게 떨어졌고, 죽어가면서 그는 한스에게 자신의 누이를 부탁했으니 말이에요.
진실을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사이 사망통지서가 카페에 도착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마리는 한스에게 그 편지를 읽어달라고 부탁하죠. 그 순간, 그 순간입니다. 한스는 기지를 발휘해, 사망통지서 대신 오빠가 생전에 마리에게 썼던 '사랑의 편지'를 읽어줘요.
이렇게 환상이 시작됩니다. 대포소리가 울려퍼지고 잿더미 밖에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한스는 마리에게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어"라고,
마리는 한스에게 "그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어. 너무 아름다운 노래를"이라고,
참혹한 현실을 바꾸어 그려주고 들려줍니다. 서로에게 동화를 만들어줘요.
그래서 <환상동화>는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거여요. 사랑이란 어쩌면 이런 것이라고.
잔인한 세상. 허나 각자의 단절되었던 세계에 서로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너의 눈과 귀가 되어, 어둠을 빛으로 바꾸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환상이라고.
2. 영화 <빅 피쉬>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는, 어쩌면 삶은 이야기 자체일 수 있다고 우리에게 환상적으로 속삭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 아들 윌. 평생 모험을 즐겼던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는 “내가 왕년에…”로 시작되는 모험담을 또다시 늘어놓는군요.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아버지는 태어날 때 뱃속에서 로켓처럼 뿜어져 나왔고, 원인불명 성장병으로 남보다 빨리 컸으며, 만능 스포츠맨에, 발명왕이자 해결사였다는데요.
“더 큰 세상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는 아버지가 만난 친구들도 믿기지 않아요. 육교보다 더 큰 높이의 거인, 늑대인간 서커스 단장, 샴쌍둥이 자매... 도저히 현실에는 있을 법하지 않잖아요.
아들 윌은 아버지의 모험담을 황당한 거짓말로 치부하고 못마땅하게 여겨왔어요. 아버지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진 아들은 창고 깊숙한 곳에서 아버지의 허풍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아내기 시작하죠.
그러면서 윌은 점차, 아버지의 인생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태어나는 순간 결혼반지를 미끼로 큰 물고기를 낚고 있었다는 아버지의 허풍이, 외판세일즈맨으로 나도느라 아들의 탄생을 지켜보지 못했다는 진실보다 못한 것일까요?
마지막,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윌은 말로만 듣던 아버지의 특별한 친구들을 만나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지워지는 순간이지요. 생각합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거짓말은, 진실보다 더 큰 진실일 수도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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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만우절에도 품격이 있다
Tracked from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 2008/04/03 12:16 Delete거짓말에도 유쾌한 거짓말과 그렇지 못한 거짓말이 있다. 만우절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즐거워할 거짓말을 하자. 위자드 닷컴처럼. [그림출처 ] 어제도 술을 한잔 마셨다. 그리고 조금 일찍 일어났다. 올블로그 에 가보니 다음의 만우절 이벤트에 관한 글 이 여기 저기 올라와 있었다. 아마 다음 블로그를 대상으로 만우절 이벤트를 진행한 모양이었다.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려있다는 다음의 만우절 이벤트. 무엇하러 거짓하는 날을 만든 것일까?[그림출처 ]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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