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문득 생각이 났다. 2002년에 나는 2학년이었다. 그리고 그해 말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사회기획으로 '투표권 확대'를 다루기로 했었다. 주제만 나왔지 아이템은 하나도 잡힌 게 없었다. 그 선배가 잠깐 후배들 보러 들렀을 때 붙잡고 하소연했었는지, 아니면 전화로 물어보았는지? 그 선배는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캠프 언론담당파트에 있었다.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선배는 선거권 확대를 처음으로 주장한(법적으로인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사람이 자기 파트에 있다며 기사거리로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었다. 냉큼 그 사람을 한 꼭지로 잡기로 했다. 취재하러 간 겨울날, 바람이 쌩쌩 부는 여의도. 전경들이 지키고 있는 민주당사앞에서 전화를 하니 곧 선배가 나타나 날 민주당사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대선이 코앞이라 한창 바쁜 와중에도 취재하기로 한 이를 대면한 자리에서 농담으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을 때의 고마움이란. 어줍잖은 취재가 끊난 후 선배는 날 민주당사 앞 포장마차로 데리고 갔다. 소주 한 병, "지금 안에서 한창이라 많이는 못먹어"하면서 짓는 웃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밖으로 나와 고마워요 형, 인사하고 가려는 차에 선배는 내 손을 잡았다. 돈이 얼마 없다, 미안. 펼쳐진 손에는 접혀진 1만원어치 지폐가 있었다. 택시비가 많이 안나와야 할텐데, 마감 잘하렴. 걱정하며 선배는 날 택시에 태워보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꽁꽁 얼어붙고 있던 추운 겨울에,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어 몸을 자꾸 움추렸던 그 겨울날에, 선배는 날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택시비를 더 주지 못해 쑥쓰럽게 웃던 선배의 그 얼굴을 생각하며 나도 언젠가 저렇게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어야지, 내가 가진 것으로 사람들속에 환한 입김 하나 불어넣어 주어야지, 했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Address :: http://teatr.tistory.com/trackback/78

  1. Subject: 부재자투표 개선의 필요성

    Tracked from 정철상의 커리어노트 2008/04/04 10:11  Delete

    오늘(4월4일) 오후4시 18대총선 부재자 투표가 마감됩니다. 19일 선거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방에서 계속해서 업무적인 일과 개인적인 일이 있는 관계로 일산으로 올라가야만 투표가 가능합니다. 뭐, 그렇게 애국심에 불타서 먼 길을 올라가서 찍을만한 대상도 없습니다. 결국 투표를 하고 싶어도 투표할 수 없게되는 것이죠. 저와 같이 투표에 참석하고 싶어도 참석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숫자는 얼마나될까요? 현재 80여만명이 부재자투표 신고를 하였다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