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은 정확히 오후 1시 20분에 폭발할 예정이다.
지금은 겨우 1시 16분.
어떤 이들은 때마침 안으로 들어가고,
어떤 이들은 때마침 밖으로 나온다.

테러리스트는 이미 길 반대편에서 서성대고 있다.
길을 사이에 둔 이 적당한 거리는
모든 나쁜 일들로부터 안온하게 그를 보호해준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노란 반코트를 입은 여자, 안으로 들어가고,
짙은 색안경을 낀 남자, 밖으로 나온다.
청바지를 입은 소년들, 잡담을 나눈다.
1시 17분, 그리고 4초.
땅딸보는 운 좋게 스쿠터에 올라타고,
꺽다리는 재수 없게 안으로 들어간다.

1시 17분, 하고도 40초.
머리에 초록색 리본을 맨 아가씨가 사뿐사뿐 걸어가는데
저런, 버스가 지나가는 통에 보이질 않는다.

1시 18분.
아가씨는 이미 사라졌다.
멍청하게 안으로 들어갔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바깥으로 실려 나오는 얼굴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

1시 19분.
아무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뚱뚱한 대머리 하나가 밖으로 나온다.
저런,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찾더니
10초 모자라는 1시 20분께,
하찮은 장갑 따위를 가지러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13시 20분.
시간, 얼마나 더디게 흐르는지.
지금쯤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 아니구나.
아. 그래. 바로 지금.
폭탄, 마침내 터진다.


-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테러리스트, 그가 주시하고 있다Terrorysta, on patrzy>




2010년 8월 22일 오후 7시 19분의 마닐라 베이입니다. 15시간 후인 23일 오전 10시부터,
사진 속 바다를 넘은 저 도심을 배경으로 홍콩의 관광객 등 25명을 상대로 한 인질극이 벌어졌습니다.
인질범은 숨진 채 발견됐으며, 현재까지 최소 7명의 인질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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