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기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공지사항 2008/02/12 01:13

1.

기록하기를 좋아해요. 체험한 일, 보았던 것, 느꼈던 감정. 그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싶어요. 자신을 알기 원하고 자신을 표현하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순간을 붙잡고 싶기 때문이에요. 무의미한 삶, 종잡을 수 없는 시간의 궤적을 어설프게나마 자리매김 해주고 싶기 때문에. 그럴 때 내게 삶은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또한,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일이죠. 어느날 그 아이, 참 힘들어 보였답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슬퍼보였기에, 저도 슬펐던걸요. 편지를 썼지요. 지금은 내용조차 기억나지 않는, 다만, 그 아이가 계속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담은 편지. 그 아이, 편지를 받은 후 이렇게 말했네요. 편지 잘 읽었어. 참, 힘이 됐어.

...이야.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아무것도 아닌 내가 쓴 아무것도 아닌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구나. 진심을 다해서 쓴다면 울림을 줄 수 있구나. 그럴 때 난 ‘어떤 무엇’이 되는구나. 드문드문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행복했어요. 그러니,

왜- 왜- 쓸까요. 쓰고 있을까요.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아니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겨서.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다르게 했겠죠. 모든 행동의 뼈대는 하나. 사랑하고, 그리고, 사랑받고 싶어. Ten days of happiness. 간절히 원해요.


2.

제게 언론은, 차선이었어요. 고등학교 시절 공부는 안하고-_- 소설만 들입다 읽었네요. 이렇게 쓰고 싶어, 선망하면서, 절대 이렇게는 쓰지 못할 거야, 절망했지요. 한 세계를 창조해내는 일은 너무 버거운 듯싶었으니. 그때 한겨레21과 시사저널을 접했습니다. 생각했어요. 이미 있는 세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옮길 수는, 또는 재구성할 수는 있지 않을까?

포항 촌놈은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한강을 보면서 경외감을 가졌습니다. 이 나라의 축소판, 참 신기한 곳이라 생각했어요. 동이 틀 때까지 거리에서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역동적인 곳이면서, 이발소에서도 여자를 ‘살’ 수 있는 웃겨 빠진 곳. 속속들이 알기를 감히 바랐습니다. 흥미로웠습니다....라고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두려움이 서서히 흥미로움을 덮었기 때문이에요. 나도 이 괴물 같은 곳에서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고, 수시로 느꼈으니.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지요. 알량한 대학신문사 사회부를 그만두었습니다.

오랫동안 허우적대다 재작년 부산을 찾았습니다. 2006년 1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 <꿈의 동지들>을 접한 것은 하나의 '사태'였지요. 인도의 소도시, 미국의 촌동네, 아프리카 대륙의 부르키나파소, 그리고 북한. 감독은 세계의 변방에 위치한 네 나라들의 영사기사들의 삶을 다루며, 이들이 한 번도 본 적 없어도 영화라는 ‘꿈’으로 ‘동지’일 수 있다고 말했답니다. 놀라운 것은, 남편과 떨어져 모두 외로운 미국의 페니와 북한 청산리의 한영실을 교차편집한 후반부. 서로의 외로움과 꿈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저는 미국과 북한의 정치적 대립을 잊었어요. 그 속에는 다만, 서로 같은 꿈을 공유하는 두 인간이 있었습니다. 일시적인 환상일지 몰라도, 경이로웠어요. 꿈이라는 것은, 문화라는 것은 대단하구나. 바랐습니다. 거칠지 않고 부드럽게 주장하여 결국 본질에 가 닿는 ‘문화’를 공유하고 싶다고. 이 같은 글을 쓰기를.


3.

주절주절 쓸데없는 얘기를 늘어놓고 만 느낌이군요. 어쨌든 자아, 이렇게 저를, 또 이 공간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소개했습니다. 왜 이 공간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꾸미려고 하는지- 찾아오는 분들께 그래도 '공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죠.

제가 본 것들과, 제가 만난 사람들과, 제가 한 생각들을, 저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데, 애쓰려 해요.
그리고 당신의 반응을 기다리겠어요.
우리- 이제 어떻게 관계맺게 될까요?


설레입니다.